예금채권에 대한 압류의 효력과 집행채권의 소멸시효 중단
권오경 교수(법원공무원교육원)
법률신문 2025-07-12
1. 시작하며
민사집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여러 강제집행방법 중 금전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은 경매절차 등을 거지치 않는다는 점에서 신속한 집행을 기대할 수 있다. 금전채권 중에서도 예금채권은 채무자가 개인이든 법인이든 대부분 금융기관에 계좌를 개설하여 금융거래를 하고 있고, 제3채무자가 공적인 성격을 띠는 은행이란 점에서 강제집행절차에서 투명하고 신속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실무에서는 채무자의 예금채권에 압류 및 추심명령을 많이 신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 이후 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금 소송, 또는 채무자가 제기하는 청구이의의 소의 본안 판결에서 압류의 효력이 무효로 됨으로써 채권자가 불측의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채권의 압류 또는 가압류는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효력을 가지는데(민법 제168조 제2호), 압류가 무효로 되어 중단된 소멸시효가 새로이 진행됨으로써 결국 채권자의 집행채권이 시효로 완성되어 불이익을 입는 경우도 있다.
2. 장래의 채권에 대한 압류 효력
채권이 압류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압류 당시 현실적으로 발생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장래 발생할 채권이라도 현재 그 권리의 특정이 가능하고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에는 이를 압류할 수 있다(대법원 2009다76799 판결 등).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의 퇴직금청구권이나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 임대인으로부터 반환 받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등이 이와 같다. 여기서는 예금채권에 한정해서 본다.
3. 현재 입금된 예금 및 장래에 입금될 예금
채무자의 예금채권을 압류하는 경우, 압류 당시 채무자의 계좌에 입금되어 있는 예금뿐만 아니라 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이후 채무자의 계좌에 입금될 금원도 채무자의 계좌가 존재하여 그 권리의 특정이 가능하고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것이 상당히 기대되는 경우에는 압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위 법리에 근거하여 실무에서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 시 피압류채권의 표시를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현재 입금된 예금 및 장래에 입금될 예금’ 중 다음에 기재한 순서에 따라 위 청구금액에 이르기까지의 금액···”으로 기재하고 있다. 만약, 위 피압류채권의 표시에 ‘장래에 입금될 예금’ 부분을 기재하지 않았다면, 압류 및 추심명령 송달 이후에 새로이 입금되는 예금채권까지 압류의 대상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압류할 채권의 표시’에 기재된 문언은 그 문언 자체의 내용에 따라 객관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문언의 의미가 불명확한 경우 그로 인한 불이익은 신청채권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0다47117 판결).
이처럼 장래 입금될 예금도 압류하고자 한다면 압류할 채권의 표시에 ‘장래에 입금될 예금’을 분명하게 기재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 시 피압류채권의 기재는 압류의 효력과 직결된다.
4. 채무자의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경우
우선 대법원 2022다210093 판결의 사안을 보자. A는 B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B가 C은행(제3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현재 입금된 예금 및 장래 입금될 예금채권’에 대하여 가압류결정을 받았고, 가압류결정이 C은행에 송달되었다. 그러나 B는 가압류결정이 송달될 당시 C은행에 예금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후 A는 B를 상대로 위 대여금채권(집행채권)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B는 5년의 상사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을 하였고, A는 위 가압류결정으로 인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재항변을 하였다.
가.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경우 가압류의 효력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가압류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었을 때에 채무자의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피압류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없어 그 권리의 특정이 불가하고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이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그러한 가압류는 피압류채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가압류는 무효로서 집행보전의 효력이 없다”고 보았다.
나. 집행채권의 시효중단 일반론
채권의 압류나 가압류는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효력을 가지고, 그 근거는 권리자가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것이다. 시효중단의 효력은 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는 등으로 압류의 효력이 발생하면 압류명령을 신청한 때에 소급하여 생긴다. 소멸시효가 중단되면 그때까지 진행하였던 소멸시효기간은 진행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되고, 중단사유가 종료하면 소멸시효가 새로이 진행한다. 또한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가압류의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 계속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다(대법원 2011다10044 판결 등).
다.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경우 집행채권 소멸시효중단의 효력
그러면 판결 사안과 같이, 가압류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당시 채무자의 예금계좌 자체가 아예 개설되지도 않았음에도 즉, 피압류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전혀 없는 그러한 채권에 대하여 발령된 무효의 가압류를 ‘채권자의 권리행사’로 보아 집행채권의 시효중단 효력을 인정해 줄 것인지 문제될 수 있다.
대법원의 판단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가압류할 당시 그 피압류채권이 부존재하는 경우에도 집행채권에 대한 권리 행사로 볼 수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집행으로써 그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는 중단된다. 다만, 가압류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당시 피압류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없어 가압류의 대상이 되는 피압류채권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가압류의 집행보전의 효력이 없으므로, 가압류결정의 송달로써 개시된 집행절차는 곧바로 종료되고, 이로써 시효중단사유도 종료되어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새로이 진행한다고 보았다. 이는 압류와 시효중단에 관한 종전의 판례들과 맥을 같이 한다.
결국 판례 사안에서는, 가압류결정이 C은행에 송달될 당시 채무자의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지 않아 피압류채권이 부존재한 무효의 가압류라 하더라도 집행채권에 대한 권리행사로 보아 시효중단의 효력은 인정되나, 가압류의 집행이 완료된 때인 C은행에 송달일로부터 새로이 5년의 기간이 경과하여 집행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A는 패소하였다. 이처럼 판례는 압류, 가압류의 실체법적 효력과 시효중단의 효력을 별개로 취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5. 예금계좌는 개설되어 있었으나 계좌 잔액이 0원으로 유지되고 있었던 경우
나아가 최근 대법원 판결(2024다310980)에서는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당시 채무자의 예금계좌는 개설되어 있었으나 송달 약 7개월 전에 예금 전액이 출금된 이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까지 잔액이 0원으로 유지되고 있었던 사안에서, 이 경우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이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되기 어렵다고 보았고, 따라서 압류는 효력이 없다. 다만, 장래의 채권에 대한 압류로써의 효력이 없는 경우에도 위에서 본 대법원 2022다210093 판결과 마찬가지로 압류명령의 송달로써 개시된 집행절차는 곧바로 종료되고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는 그때로부터 새로이 진행한다고 판단하여, 원심이 인정한 장래의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로써 유효하고 압류의 효력이 존속하는 한 집행채권의 시효중단 효력은 계속된다는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6. 마치며
채권자는 일반적으로 채무자의 예금내역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압류나 가압류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하여 집행채권의 시효중단효는 계속되는 것으로 예상할 것이다. 한편, 실무에서는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의 오래된 채권을 양수받아서 강제집행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위에서 본 사례에서는 채무자의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경우나, 예금계좌는 개설되어 있었으나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까지 예금 잔액이 0원으로 유지되고 있었던 경우에는 피압류채권이 부존재 또는 장래에 채권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압류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단된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는 압류명령 송달 일로부터 새로이 진행하여 시효가 완성된 예를 살펴봤다. 채권자로서는 채무자의 예금채권에 압류나 가압류를 한 경우에도 압류, 가압류의 효력까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집행채권이 시효완성으로 소멸되는 불이익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오경 교수(법원공무원교육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