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대법,"채무 인정하거나 사과했더라도 곧바로 시효이익 포기로 추정 못한다"
작성자 : 김진석
작성일자 : 2025-09-23
[판결] 대법, "채무 인정하거나 사과했더라도 곧바로 시효이익 포기로 추정할 수 없어"
법률신문 안재명 기자
2025-09-23 06:05
채무자가 빚을 인정하거나 사과했다고 해서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채무를 일부 변제했다고 해서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없다는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2023다240299)의 법리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8월 28일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공사대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4다326022).
[사실 관계]
A 씨는 2013년 8월 B 씨로부터 숙박시설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공사를 마쳤다. 그러나 B 씨는 총 공사대금 10억1200만 원 가운데 515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A 씨는 2019년 10월 미지급 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B 씨는 공사대금채권의 소멸시효 3년이 이미 지났다며 항변했다. A 씨는 B 씨가 시효 완성 후에도 채무 불이행을 인정하고 여러 차례 사과한 만큼, 이는 채무 승인에 해당해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쟁점]
채무자가 채무 사실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경우, 그것만으로 시효 완성을 알고도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하급심]
1심은 공시송달에 따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은 "B 씨가 공사대금 515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음을 인정했고, 미지급 사실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한 점에 비춰 시효이익을 포기했다고 보아야 한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효이익 포기를 쉽게 추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2023다240299) 법리를 설시하며 "피고의 대리인이 이 사건 공사대금 미지급 사실을 인정하여 채무를 승인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 그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한 피고의 대리인이 원고 대표이사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의 미지급 사실 등에 대하여 사과했더라도, 그 행위의 진정한 의도가 시효이익 포기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 사과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