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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판결][단독] 우연히 엿듣고 녹음한 통화 청취해도 통비법 위반 아니다
작성자 : 김진석 작성일자 :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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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단독] 우연히 엿듣고 녹음한 통화 청취해도 통비법 위반 아니다

법률신문 박수연 기자

2025-04-09 05:10

 

녹음 파일 손배 소송에 증거 제출…법원, "사회통념상 용인 가능"

 

 

 

남편과 전화 통화를 마치는 과정에서 외도를 의심하던 여성과 남편이 나누는 대화 소리가 들려 두 사람의 대화를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아내가 이들의 대화를 청취한 행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외에 통신의 자유(통신 비밀) 침해에 해당하지만, 정황상 적법행위 기대 가능성이 없어 책임이 조각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해당 녹음 파일을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증거로 제출한 것 역시 사회통념상 용인이 가능하다고 봤다. 3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재판장 우인성 부장판사)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변호인 법무법인 시월 류인규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실관계]

A 씨는 남편인 B 씨의 외도를 의심했다. 외도 상대자로 의심되는 C 씨는 B 씨와 같은 학교에 근무했다. A 씨는 20204월 오후 11시경 C 씨의 차를 타고 귀가 중이던 B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마친 뒤 B 씨가 종료를 누르지 않아 A 씨는 B 씨와 C 씨의 대화 내용을 듣게 됐다. A 씨의 휴대전화에는 자동녹음 기능이 설정돼 있었다. A 씨는 공개되지 않은 B, C 씨의 대화를 청취·녹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11A 씨는 법원에 C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녹음 파일과 녹취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A 씨는 20214B 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도 같은 녹음파일과 녹취서를 증거로 제출해 타인 간 대화 내용을 누설한 혐의도 받았다.

 

A 씨는 명예훼손과 협박 등 혐의도 받았다.

 

[법원 판단]

법원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두 사람의 대화를 청취·녹음한 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는 B 씨의 외도 여부를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할 목적으로 B, C 씨의 대화를 청취·녹음한 것으로 보이는데, A 씨에게 이러한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을 위반해 타인 몰래 타인의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그 대화를 청취·녹음하는 행위는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통신비밀보호법 취지에 비춰봤을 때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A )에게 적법 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행위 당시 구체적인 상황 아래 행위자 대신 사회적 평균인을 두고 이 평균인의 관점에서 그 기대가능성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 씨가 외도에 대한 의문이 들 여지가 있던 상황에서 B 씨가 다른 여자와 둘이 대화하는 것을 듣게 된 순간 남편이 외도하는 것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어 보이고 그 순간 자신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을 미처 못했을 수 있다처음부터 외도 증거 수집을 위해 대화를 청취·녹음한 것이 아니라고 보일 뿐 아니라 대화 청취 등 외에는 외도 사실을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어서 A 씨에게 적법 행위의 기대 가능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녹음 대화 누설로 인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녹음파일 등을 증거로 법원에 제출한 것은 사회윤리, 도의적 감정 내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행위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타인 간 대화 누설로 인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추가로 침해될 위험이 없다면 이러한 행위는 누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A 씨는 녹음파일 등의 내용을 다른 사람이 알게 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목적이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이혼 소송 사건에서 재판부에 녹음 파일이 증거능력이 있는지 판단을 구하고 만약 인정될 수 있다면 증거로 사용해 달라는 목적으로 제출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증거능력 인정 여부 판단을 위해 재판부가 이를 검토하는 것을 B, C 씨의 사생활의 비밀을 추가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기타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리인 의견]

변호인 류인규(40·변호사시험 1) 법무법인 시월 변호사는 단순히 법률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범죄처럼 보일지라도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대화를 엿들을 수 밖에 없다는 상식을 재판부가 인정해 준 의미있는 판결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