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돈 사용처 설명 못 하더라도 개인 유용 증거 없다면 횡령 아냐”
- 벌률신문 박수연 기자
- 입력 2026.09.25 09:05
20년 넘게 가족 소유 원룸 건물을 관리한 사람이 임대차보증금의 사용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더라도, 개인적 용도로 썼다는 증거가 없다면 횡령죄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026년 9월 3일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5도11442).
[사실 관계]
A 씨는 1996년부터 어머니와 동생들이 소유한 서울 노원구의 원룸 건물을 관리했다. 그는 임대차계약 체결과 보증금 수령·반환, 건물 관리비 지출 등을 맡았다. A 씨는 2018년 임차인들로부터 보증금으로 5,000만 원과 4,000만 원을 받았지만 계약 종료 후에도 반환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하급심 판단]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원룸 건물 소유주인 A씨의 동생이었다. 1심은 A 씨가 피해자인 동생을 위해 보관하던 돈을 횡령했다고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배상명령도 했다. 항소심 역시 “보증금은 임차인에게 반환할 목적으로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이라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 씨가 20년 이상 별도의 보고나 증빙자료 제출 없이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통합해 관리했고, A씨 동생을 포함해 원룸 건물 소유주인 가족들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실상 보증금의 사용 목적과 시기 등에 관해 A 씨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됐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A 씨가 임대차보증금 전액의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그에 관한 증빙자료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지만, A 씨가 임대차보증금을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지출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할 뚜렷한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자금의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영득의사를 함부로 추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횡령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의심보다 증거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