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무자격 회장이 판 종중 땅값, 종중으로 간 만큼은 반환해야
- 법률신문 안재명 기자
- 입력 2026.07.13 06:05

ChatGPT가 생성한 이미지.
종중 대표권이 없는 사람이 종중 소유 토지를 팔아 매매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 매수인이 낸 돈이 실제 종중에 들어갔거나 종중을 위해 쓰였다면 종중이 그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5월 20일 A 종중이 B 씨(법무법인 세종 김형원, 박미소, 신동욱 변호사) 등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등 청구소송과 B 씨가 A 종중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소 상고심(2023다298632·2023다298649)에서 “B 씨가 지급한 매매대금 중 A 종중에 실제 귀속된 돈이 있는지 다시 심리해야 한다”며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실관계]
A 종중은 2014년 정기총회에서 C 씨를 회장으로 선임했다. 그러나 종원 일부는 C 씨의 회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2015년 10월 “C 씨를 회장으로 선임한 결의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C 씨는 위 판결이 선고된 직후에도 A 종중 대표자 명의로 B 씨에게 경기 광주시 일대 종중 토지를 41억8,500만 원에 매도했다.
A 종중은 “C 씨는 적법한 대표자가 아니었으므로 토지 매매계약은 무효”라며 B 씨 등을 상대로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B 씨는 “계약이 무효라면 매매대금도 돌려받아야 한다”며 맞섰다. B 씨는 자신이 낸 돈 중 일부가 종중 직무대행자에게 넘어갔거나 종중 세금 납부 등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하급심 판단]
1심은 A 종중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토지를 매도한 C 씨가 적법하게 선임된 대표자가 아니었고, 종중 재산 처분에 필요한 유효한 결의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C 씨가 A 종중 명의로 체결한 토지 매매계약은 무효라고 봤다.
B 씨는 “C 씨가 종중 대표자인 것처럼 보였으므로 매매계약은 유효하고, 설령 계약이 무효라면 지급한 매매대금은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C 씨가 받은 매매대금 일부가 A 종중에 넘어간 정황은 인정하면서도, 그 돈이 이 사건 매매대금인지 명확히 특정되지 않고 실제 A 종중을 위해 쓰였다고 볼 자료도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은 매매계약이 무효이므로 토지 명의를 A 종중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A 종중이 매매대금 상당의 이익을 실제로 얻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B 씨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매매계약이 무효라는 판단 자체는 유지하면서도, 매매대금 반환 부분은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 C 씨가 A 종중을 대표할 권한 없이 B 씨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B 씨가 지급한 매매대금 중 상당 부분이 A 종중의 대표자로 볼 수 있는 직무대행자에게 지급됐거나 A 종중을 위해 사용됐다면, 그 이익은 실질적으로 A 종중에 귀속됐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A 종중은 그에 상응하는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따라서 원심은 B 씨가 지급한 매매대금 중 A 종중을 위해 사용됐거나 A 종중 직무대행자에게 지급돼 실제로 A 종중에 귀속된 금액이 얼마인지 심리했어야 한다. 그 금액이 확인된다면 A 종중의 부당이득반환의무도 그 범위에서 인정했어야 한다.
- 그런데도 원심은 B 씨의 매매대금 반환 청구를 모두 배척했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대리인 의견]
피고를 대리한 신동욱(군법무관 13회)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매매대금이 종중에 귀속됐을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대표권이 없는 사람이 체결한 계약이라는 이유로 매매계약은 무효로 보면서 종중에는 매매대금 반환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항소심 판단의 부당함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중은 토지를 되찾고 매매대금은 받았으면서도, 정작 매매대금 상당액은 대표권이 없는 대표자에게서만 돌려받아야 하는 모순적 상황을 해소한 것으로 정의에 알맞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