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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에 관한 소고(지창구 판사)
작성자 : 김진석 작성일자 : 2022-08-01
첨부파일 : 없음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에 관한 소고

 

                                                                                                     지창구 판사(수원지법)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이라 한다)2020731일 법률 제17470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된 제6조의3에 관한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본다.

 

 

 

1. 권리의 법적 성격

 

 

법 제6조 제1항 전문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는데, 법 제6조의3 1항은 '6조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이 제6조 제1항 전단의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 내지 제9호에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결국 임차인이 법 제6조의3 1항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 임대인이 갱신거절의 통지를 한다고 하더라도 위 각 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그 갱신거절 통지는 효력이 없고,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차기간의 만료 시부터 2년간 임대차가 갱신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하여 임대차를 갱신되게 하는 권리이므로 형성권에 해당하고, 임대인이 법 제6조의3 1항 각 호의 사유로 갱신거절 통지를 하는 경우 그 법적 성격은 형성상대방이 형성권자의 형성력을 저지시키거나 형성권을 무효화시켜서 결과적으로 형성을 방해할 수 있게 하는 권리인 '형성반권' 또는 '형성이의권'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2. 갱신거절 기한

 

 

법 제6조의3 1항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만 규정하고, 이에 대한 임대인의 갱신거절 통지 기한에 관하여는 명시적 규정이 없으나, '6조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와 임차인이 다른 살 집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보장해주기 위한 법 제6조 제1항 전단의 입법취지를 종합하면, 갱신거절 통지 또한 '법 제6조 제1항 전단의 기간 이내에' 이루어져야 효력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갱신거절 사유

 

 

법 제6조의3 1항 각 호에 열거된 사유 중 ① 제1, 2, 4, 5, 9호는 임대차계약의 체결이나 임대차기간 중 임차인이 책임 있는 사유로 임대인과의 신뢰관계를 훼손시킨 경우들이고, ② 제3호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와 보상이 있는 경우이며, ③ 제6호는 임대차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되어 계약갱신이 불가능한 경우이고, ④ 제7호는 목적 주택의 철거나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이들은 모두 그 존부의 객관적 판단이 가능한 사유이므로, 그와 같은 사유가 존재하여야 임대인의 갱신거절이 유효하고, 임대인이 그러한 사유를 들어 갱신거절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갱신거절은 효력이 없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에 따라 임대차가 갱신되는 효과가 발생하며, 임대인이 제기한 건물인도 청구의 소 등에서 법원의 판단을 통해 그 사유의 존부와 그에 따른 임대차계약의 종료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가장 많이 문제되는 법 제6조의3 1항 제8(임대인 실거주 사유)의 경우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할 것인지 여부는 임대인의 내심의 의사에 달린 것이고 아직 발생하지 않은 장래의 일이어서 갱신거절 당시에는 그 사유의 존부를 확인하거나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일단 임대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혀 갱신거절을 하면 그로써 임대차가 갱신되지 않는 효과가 발생하여 임대차계약은 기간만료로 종료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그 이후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지 않는 문제는 뒤에서 살펴보는 손해배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4. 임대주택 양수인의 갱신거절 가부

 

 

대항력을 취득한 임차인이 주택의 소유자인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후 임대인이 그 주택을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경우 신소유자인 임대주택의 양수인은 자신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 한다는 사유를 들어 갱신거절을 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법 제3조 제4항은 같은 조 제1항이 정한 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차의 목적이 된 임대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법률상의 당연승계 규정으로 보아야 하므로,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그 양수인은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임대인의 임대차 계약상의 권리·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하며, 그 결과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대법원 2013. 1. 17. 선고 201149523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임대주택의 양수인은 법 제6조의3 1항 제8호에 규정된 '임대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그가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도 갱신거절을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5. 임대인이 갱신거절 후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경우의 손해배상책임

 

 

법 제6조의3 5항은 '임대인이 제1항 제8호의 사유로 갱신을 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아니하였더라면 갱신되었을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6항에서 손해배상액 산정방법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대인이 실거주 사유를 들어 갱신거절을 하여 임대차계약을 종료시킨 후 목적 주택을 비워두거나 제3자에게 매도한 경우에도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가?

 

 

 

살피건대, 법 제6조의3 1항에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면서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목적 주택에 관한 임차인과 임대인의 각 사용·수익권의 조화를 꾀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쉽게 말해 임대인이 직접 살 게 아니라면 임차인이 살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대인으로서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받아들여 임차인으로 하여금 목적 주택에 거주하게 하든지, 아니면 계약갱신을 거절하고 자신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이는 '직접 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하든지 양자택일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임대인이 실거주 사유를 들어 갱신거절을 함으로써 계약갱신요구의 효과 발생을 저지한 이상 임대인은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아니하였더라면 갱신되었을 기간'(법 제6조의3 5항 참조)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여야 하고,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이는 '갱신거절 당시 예상할 수 없고 임대인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라고 봄이 타당하다) 없이 위 기간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것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에 따른 2년간의 목적 주택 사용·수익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위법하므로, 그로 인해 임차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민법 제750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는 임대인의 기망으로 인한 불법행위가 아니라 위와 같은 사용·수익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이므로, 임대인이 갱신거절 당시 실거주 의사를 갖고 있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다. 다시 말해 갱신거절 당시 임대인에게 실거주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아니하였더라면 갱신되었을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실거주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그 손해배상액은 '갱신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이므로, 만약 임차인이 입은 손해가 없다면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월차임 90만 원인 임차인에게 실거주 사유로 갱신거절을 하여 임차인이 목적 주택과 거의 유사한 주택을 월차임 90만 원에 임차한 후 ①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지 않고 그 주택을 비워두거나 제3자에게 매도하였다면, 갱신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가 없으므로,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으나, ② 임대인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월차임 100만 원에 임대하였다면, 법 제6조의3 6항 ㉮ 제1호에 규정된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270만 원(= 90만 원/× 3개월)이고, ㉯ 제2호에 규정된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하여 얻은 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240만 원[= (100만 원/- 90만 원/) × 24개월]이며, ㉰ 제3호에 규정된 '갱신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0원이므로,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법 제6조의3 5, 6항에 따라 그중 큰 금액인 270만 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위 사례에서 임차인이 목적 주택과 거의 유사한 주택을 월차임 95만 원에 임차하였다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위 ①의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120만 원[= (95만 원/- 90만 원/) × 24개월]을 지급해야 하나, 위 ②의 경우 법 제6조의3 5항에 의한 손해배상으로 270만 원(270만 원, 240만 원, 120만 원 중 큰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 2022-06-09 법률신문에 게재된 글임.